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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삼철(28) 에세이산책 "니나노 집의 추억"
등록일
2014-01-15
작성자
이상춘/28
조회수
1320
장삼철(28) 매일신문 연재

[에세이 산책] ‘니나노 집’의 추억
 

 

 
[에세이 산책]‘니나노 집’의 추억
35년 전, 딱 이맘때쯤이었겠다. 고등학교 졸업식을 막 끝낸 우리들은 졸업장의 잉크도 채 마르기 전에 어른 흉내를 낸답시고 전설처럼 들어왔던 속칭 ‘305번지’를 찾아갔다. 그 무렵 달성공원 옆 복개도로에는 니나노 방석집이 몰려 있었다. 사람들은 그 일대를 ‘305번지’라고 불렀다. 손님은 왕이라더니, 한복을 곱게 차려입은 예쁜 색시들이 갖은 아양을 떨며 맞아 주었다.


붉은 조명 아래에서 페로몬 같은 분 냄새에 취해버린 우리들은 술도 마시기 전에 이미 반 이상은 정신 줄을 놓아버렸다. 색시가 따라주는 대로 술을 마셨으며 안주는 집어주는 대로 먹어댔다. 황홀경이 따로 없었다. 술이 몇 순배 돌자 젓가락 장단에 노래를 부르는, 본격적인 ‘니나노 판’이 시작되었다. “오빠, 안주 하나 더!”하면 조건 없이 “오케이!” 사인을 보냈다. 술과 안주는 넉넉했고 노랫소리는 높아만 갔다.


그렇게 한 시간 정도 놀았을까? 주인 여자가 중간계산을 한다면서 계산서를 가져왔다. 이구동성으로 “동그라미가 몇 개고?” 하면서 뭔가 잘못됐다고 하자 “잘못된 거 없다. 쟁반 수를 세어 봐라!” 하는 앙칼진 목소리만 돌아왔다. 기세에 눌린 우리들은 주머니를 털었지만 어림도 없는 금액이었다. “이럴 줄 알았다! 머리에 쇠똥도 안 벗겨진 것들이 돈도 없이 술을 먹어? 당장 ‘아지야’ 불러 온나!” 색시들도 언제 그랬느냐는 듯 일제히 욕을 퍼부어댔다.


인상 험한 건달은 우리들을 다락방으로 몰아넣고 겁을 줬다. 그러고는 “돈 구하러 갈 한 사람 외엔 여기서 절대 나갈 생각은 마라! 누가 갈래?” 했다. 대구에 본가가 있는 한 친구를 밀어냈다. 그 친구를 돈 구하러 보내고 우리들은 감금의 시간을 보내야만 했다. 기쁨은 순간이었고 고통의 시간은 길었다. 통금이 끝나서야 친구가 돈을 구해서 돌아왔다. 밤새도록 부모님께 혼이 나고 나서야 겨우 받아냈다고 했다. 계산을 치르고 밑으로 내려오자 건달이 술 한잔 살 테니 먹고 가라고 했다. 서비스 나온 맥주를 마시며 우리는 건달의 ‘일장훈시’를 들어야만 했다. ‘너희들은 아직 이런 데 올 때가 아니다’란 취지의 말 같았는데, 지나치게 무게를 잡고 어울리지도 않는 문자를 쓰는 바람에 많은 웃음을 자아냈지만 아무도 웃지는 못했다.


자리를 나서자 출입문 위쪽에는 이런 글귀가 적혀 있었다.


“어제도 오시더니/ 오늘도 오셨군요/ 내일도 오신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장삼철/(주)삼건물류 대표 jsc1037@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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