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건이란 울타리 아래 어려움은
서로 나누고 기쁨은 함께 합시다!

자유게시판

책 내용(출판사 리뷰)
등록일
2015-03-10
작성자
이상춘/28
조회수
772

[출판사 리뷰]

영화 [국제시장]보다 더 ‘국제시장’인 책!

 

[책의 출간 배경]

1. 아저씨들의 SNS 활성화
최근 들어 아저씨들도 활발하게 페이스북이나 카카오톡 같은 SNS를 활용하여 활발하게 의사소통을 한다. 특히 카카오톡 대화방이나 밴드에서 초, 중, 고등학교 동창들의 온라인 모임이 잦다. 대구의 한 고등학교 출신들도 카카오톡 대화방에서 활발한 의사소통을 한다. 그 모임을 잠깐 살펴보면, 카카오톡 대화방 명칭이 ‘이빨(28) 수다방’이다. 28회 졸업생이니까 음이 비슷한 이빨을 앞세웠는데, ‘수다 떤다’의 속된 말 ‘이빨 깐다’에서 차용한 것이다. 수다를 떠니 ‘수다방’이면서 한때 만남과 대화의 공간이었던 ‘다방’의 의미도 복합적으로 적용되어 있다. 여기에 모임 160여 명의 50대 중반 아저씨들은 그야말로 24시간 수다를 떤다.

자연스럽게 대화방에는 일종의 시스템과 룰이 정해져 있다. 이를테면 ‘당직’과 ‘보조’와 ‘야당’이 있다. ‘당직’은 늘 친구들의 대화를 받아주는, 이 대화방에 마치 상근하는 직원처럼 활동하는 친구를 지칭한다. 누군가가 “자장면 먹었다”라고 올리면 ‘당직’은 재빨리 “맛있더냐” 하고 답변을 보낸다. SNS란 자신의 이야기를 들어줄 누군가를 상정하는 것인데, 이런 재빠른 피드백이 있으니, 누구나 자주 자신의 이야기를 올리는 것이다. 우연이라고 하기에는 믿기 어려울만큼 이 당직을 자임한 친구 실명(實名)이 공교롭게 ‘상근’이다. 하지만 당직은 물리적으로 하루 종일 상근하지 못한다. 때문에 당직 보조를 하겠다는 친구가 나타났다. 그 친구가‘보조’다. 그랬더니 밤에는 대신 당직 하겠다는 친구가 바로 야간 당직, 줄여서‘야당’이다. 이 대화방에 보통 하루 평균 1,000개 가까운 새로운 대화가 생성된다.

아저씨들이 도대체 무슨 이야기를 그렇게 많이들 할까. 민감한 정치 이야기 빼고 거의 모든 일상사가 대화의 주제다. 이 대화들의 내용을 거칠게 분류해 보면 첫째는 정서적인 소통이다. 외롭다, 쓸쓸하다, 기쁘다와 같은 오욕칠정의 갖가지 감정들이 토로된다. 추억을 이야기하는 경우도 많다. “옛날 학교 매점에 우동 10원 했는데, 그거 맛있었지?” 하면 “난 돈 없어 못 사 먹었다. 멸치 국물은 5원. 그거 사서 도시락에 말아 먹었다” 등등.

둘째는 놀이를 한다. 나이답지 않게 때로는 ‘감’ 놀이를 하는 경우도 있다. 누군가가 “저녁 먹었는감”하면 “못 먹었는감” 이어서 “배 터지는감” “마누라가 안 주는감” 등으로 이어진다.

셋째는 정보의 교류다. 대개 경조사의 알림 역할을 하지만 실용적인 기능도 한다. “군산에 여행 왔는데 뭐 먹을까?” 하면 여러 친구들이 맛집을 추천한다. 모두 55년 정도를 살았으니 각 분야에서 나름의 정보를 체계적으로 가지고 있는 것이다. 온라인 대화방이지만 신속한 연락망을 통해 실제 모임도 잦아진다. 누군가가 치킨 집을 개업하면 순식간에 모임 시간이 정해지고 여러 명이 모여 개업을 축하하러 간다. 또 누군가는 그 집에서 모인 친구들 사진을 찍어 대화방에 올린다. 이른바 실시간 중계를 하는 것이다.

 

2. 아저씨들도 수필을 쓴다!

수많은 이야기가 대화방에서 오가는 데, 어느 날 대구에서 정신과 의사를 하는 친구가 수필 하나를 올렸다. 친구들의 호응이 많았다. 어느 날은 서울에서 항공사에 근무하는 한 친구가 또 수필을 올렸는데 재미있었다. 그래서 출판사를 경영하고 있는 친구가 농담 삼아 ‘우리 친구들 수필 모아서 책 하나 낼까’ 했더니 많은 친구들이 동참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농담처럼 말한 것이 진담이 되어버렸다. ‘자신들의 삶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것’, ‘꼭 하고 싶은 이야기’를 담아내기로 했고, 마감 시한을 정했다. 처음에는 한 30명 정도가 동참할 것이라고 예상했는데 너도 나도 동참해 50명을 넘어섰다. 이왕에 50명을 넘었으니, 55세 기념으로 55명으로 맞추자 했더니 8명이 더 글을 보내와 58명으로 마감되었다.

이 책의 원고를 모을 때 정한 원칙이 몇 가지 있다. 하나는 프로는 제외하자는 것이었다. 동창 중에는 유력 일간지의 이름만 대면 알만한 편집국장도 있고, 선임기자도 있고, 또 다른 일간지나 통신사의 논설위원과 편집국장도 있다. 또 유명 시나리오 작가이자 번역가도 있다. 이들은 모두 제외했다. 고위직 공직자의 글도 배제했다. 사회적 오해를 방지하기 위해서였다. 순수한 아마추어들이 모여 책을 냈다.

이 책에 수필을 쓴 58명은 순수 아마추어들이지만, 그리고 우리시대의 장삼이사(張三李四)들이지만 자발적으로 글을 썼다. 아저씨들이 왜 그렇게 할 말이 많을까?

 

[이 책의 내용]

특정 지역 고등학교 졸업생의 미시서사-우리시대 50대의 초상

 

고등학교를 졸업한 지 35년이 지났다. 1979년 2월에 고등학교를 졸업한 사람은 대개 1960년에 태어나 2015년, 만으로 55세가 된다. 대학은 79학번이나 재수를 했으면 80학번인 이들은 베이비붐 세대의 막내이면서 386세대의 맏형쯤 된다. 대학 1학년 때 10·26을 경험했고 이듬해 ‘서울의 봄’과 광주민주항쟁을 겪었다. 이 세대의 무의식 속에 대통령은 늘 박정희였다. 요즘도 TV 뉴스에서 ‘박대통령이 어쩌고’ 하는 말이 흘러나와 눈을 화면으로 돌리면, 딸의 모습이 화면을 장식해서 잠시 혼란을 겪는 때도 있다. 초등학교 때 ‘국민교육헌장’을 열심히 외워 지금도 그 구절을 줄줄이 암기하는 친구들도 있다. ‘10월 유신’의 구호와 ‘새마을 노래’ 의 가사와 멜로디는 기억이 새롭다. 고등학교 때는 교련복을 입고 목총 혹은 플라스틱 총을 들고 분열과 사열을 했다. 서울에서 대학을 다닌 친구들은 1학년 때 성남에 있는 ‘문무대’에 10일간 입소해서 군사교육을 받았다. 대학에서도 군사교육을 3년간 학점제로 받아야 했고 대개는 5공화국 때 군역을 마쳤다. 민주화의 짜릿한 경험도 맛보았고, 그 주역이라 자처하기도 했다. 30대 후반에는 IMF의 직격탄을 맞아 파란을 겪은 친구들도 있다.

세월이 흘러 이제 이들은 50대 중반이 되었고, 몇몇 결혼을 일찍 한 친구들은 손자나 손녀를 보기도 했고, 일찍 ‘명퇴’를 당해 형편이 어려운 친구도 있다.

 

미시서사가 모여 거대서사가 된다.

 

영화 [국제시장]보다 더 ‘국제시장’인 책!

이 책의 글들은 한 지역에서 태어나 각기 다른 삶을 살고 있는 58명의 압축된 인생여정이다. 1976년 대구에서 ‘뺑뺑이’를 돌려 입학한 한 학교 고등학교 졸업생의 삶은 35년이 흐르기까지 어떤 과정을 겪었을까? 특정한 한 고등학교 졸업생의 삶을 미세하게 추적하면 우리 세대의 일반을 볼 수 있지 않을까?

 

이 책은 크게 3부로 구성되어 있다.

1부는 가족들의 이야기다. 아버지, 어머니 이야기가 많다. 부자 아버지도 있고 노름꾼 아버지도 있다. 가감없이 비교적 솔직하게 아버지 세대를 그려면서 자신의 유년기 이야기를 한다. 자식들에 대한 애정도 진하게 표현되어 있다. 아버지 세대의 가치관과 자식 세대의 가치관 사이에서 혼란을 겪으면서도 자신의 일을 묵묵히 하는 세대의 자기 변명이자 자기 주장이 1부의 주된 내용이다.

2부는 직업과 관련된 이야기다. IT업계, 혹은 건설현장, 혹은 의사, 법조인 여러 다양한 직업인으로서 살아왔던 이야기다. 80대 이후 산업사회로 들어오면서 겪는 여러 이야기가 펼쳐진다.

3부는 친구 이야기와 여러 이야기들이 섞여 있다. 가끔 전문 문인 흉내내는 글들도 있지만 대개는 진솔한 자기 이야기다. 영화 [친구]보다 저 우직한 이야기도 들어 있다.

 

 

[편집자의 이야기]

편집자도 울었다

이 책의 원고를 모으고 편집한 하응백은 휴먼앤북스 대표, 문학평론가다. 그 역시 이 책의 저자들과 동기인데, 서문만 썼다. 그는 서문에서 이렇게 말한다.

 

친구들의 글을 읽고 편집하면서 많이 울었다. 문학평론을 한답시고 제법 많은 글들을 읽었지만, 집중적으로 이렇게 감동을 받기는 처음이다. 세련된 문학 작품이 아니어도 그들이 말하고자 하는 진심이 전달되어서 나의 누선을 자극했다. 글은 역시 기교보다는 진실이 담겨야 힘이 있다는 사실을 절감했다.

이 책에 글을 쓴 58명의 동창들의 직업은 다양하다. 스스로 ‘노가다’라고 우기는 친구도 있고, 의사나 변호사나 국숫집 사장 같은 자영업자도 있다. 사업이 잘 되는 친구도 있고 명퇴를 하고 노는 친구들도 있고 사업이 힘들어져 쉬는 친구들도 있다. 이들이 쓴 글은 그야말로 우리 시대의 55세 장삼이사(張三李四)의 평범한 모습들의 반영이다. 하지만 이들의 삶은 진지하고 열정적이었다. 이 책을 통해 우리들의 자식 세대들에게 그리고 또 다른 세대들에게 우리 세대의 살아왔던 과정을 가감 없이 보여주려 한다. 그것이 이 책을 출간하는 이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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